경고를 넘어 설계로: 『미슐랭토토헌정론』을 읽고

미슐랭토토헌정론의 저자 하이에크는 분산된 지식과 자생적 질서, 그리고 법치에 기초한 미슐랭토토사회를 옹호한 경제학자이자 정치철학자다. 그는 권력이 특정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자의적으로 지휘하는 것을 경계하고, 일반적·추상적·비차별적 규칙이 주는 예측 가능성을 신뢰했다. 그의 유명한 저서 『노예의 길』이 선의로 포장된 계획과 권력 집중이 전체주의로 미끄러지는 위험을 경고했다면, 『미슐랭토토헌정론』은 미슐랭토토의 제도적 조건을 제시한 설계도다. 우리는 특별법·행정명령 같은 예외가 누적될수록 법 앞의 평등이 흔들리고 혁신이 위축되는 현실을 점점 더 실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계획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슐랭토토를 지키는 제도 설계를 알아야 미슐랭토토주의자로서 어떤 정책이 미슐랭토토를 잠식하는지 가려낼 시각을 갖는다. 『미슐랭토토헌정론』은 미슐랭토토를 지키는 제도 설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는 특정한 목적을 지휘하지 말고, 모두에게 같은 일반 규칙을 적용하라. 법은 결과를 조종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규칙이어야 한다.”

이 책은 1부 ‘자유의 가치’, 2부 ‘자유와 법’, 3부 ‘복지국가에서의 자유’으로 짜였다. 1부는 자유의 의미와 문명적 효용을, 2부는 자유가 지속되는 데에 필요한 법의 원리를 제시하고, 3부는 그 원리를 복지·노동·교육 등 정책에 적용한다. 

하이에크에게 미슐랭토토는 타인의 자의적 강제로부터의 비간섭 상태다. 미슐랭토토가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발견의 과정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지식은 개인에게 분산되어 있어 어떤 중앙 권력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미슐랭토토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계획을 실험하고, 그 결과가 시장과 관습 속에서 검증되도록 만든다. 그는 관습을 맹목적 준수가 아니라, 세대를 거치며 축적된 암묵지의 저장소로 본다. 또한 법 앞의 평등을 옹호하면서, 결과의 평등을 위해 권력이 개입하면 미슐랭토토의 토대가 무너진다고 경고한다.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강제이며, 강제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법치다. 하이에크는 법과 명령을 구분한다. 법은 일반적·추상적·비차별적 규칙으로서, 개인들이 자신의 계획을 예측 가능하게 세우도록 돕는다. 반대로 명령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인·집단에 재량적으로 가해지는 지시다. 법치가 강화될수록 정부는 목표를 지휘하기보다 일반 규칙을 제정하고 그 안에서 시민의 선택을 허용한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미국 헌정주의를 모범사례로 든다. 권력분립, 연방주의, 사법심사, 자유권 보장의 전통이 권력의 자의성을 억제하고 일반적 법 아래의 평등을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국가에선 특별법과 행정법이 급증하며 위기가 닥쳤다. 이해집단의 청구에 따라 사안별 예외와 특혜가 법으로 만들어지고, 행정관료의 재량 규제가 사전적 허가와 명령의 체제를 확대한다. 하이에크의 처방은 명확하다. 법의 일반성 원칙을 회복하고, 소급입법·개별특혜를 제한하며, 사법적 통제로 행정재량을 좁히고, 과세·규제의 기준을 사전에 일반 규칙으로 고정해야 한다. 정부는 재화의 배분을 지휘하기보다, 소유·계약·책임의 일반 규칙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은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자원의 중앙집중이 초래한 비효율성으로 인해 쇠퇴했으나, 하이에크는 복지국가에서도 미슐랭토토가 비슷한 방식으로 잠식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국가가 선의를 앞세워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지휘할 때, 결국 법의 일반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너진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같은 규칙의 적용’과 ‘사전적 예측 가능성’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하이에크는 보편적인 최소기준이나 안전망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경계한 것은 개별 집단을 위한 예외적 조치나, 시장의 가격과 선택 구조를 왜곡하는 방식의 개입이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예측 가능하고 일반적인 규칙 아래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 노동, 주거, 농업 등 어디에서든 보편적 규칙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보장될 때, 미슐랭토토사회는 스스로 학습하고 혁신하는 질서로 작동할 수 있다.

이렇게 하이에크는 국가가 ‘목표를 지휘’하며 예외와 재량을 일상화할 때 미슐랭토토가 위협받는다고 본다. 지금 우리 현실을 보자. 하이에크가 경고한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 있지 않은가? 특별법은 회기별로 늘어왔다. 예외가 규칙 위에 쌓이는 흐름이다.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일반 규칙이 아니라 사안마다 달라지는 임시 규칙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요금도 마찬가지다. 2023년 전기·가스요금의 원가 대비 반영률은 각각 73%, 62%에 불과했다. 공공요금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동결되거나 선별 인상되며, 그 부담은 공기업 재무와 조세로 돌아간다. 한편, 보조·지원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져 특정 집단 중심의 분배정치가 상시화되고 있다. 더구나 단기 혜택을 약속하는 정책에 우리가 쉽게 열광하는 현실은, 같은 규칙을 세우기보다 예외를 요구하는 정치를 부추긴다. 하이에크의 가르침은 분명하다. 예외를 최소화하고, 사전에 정한 같은 규칙을 모두에게 적용하며, 행정 재량을 사법으로 견제하라. 이 책인 단순히 하이에크의 미슐랭토토주의적 이상만을 말하지 않는다. 예외를 최소화하고, 사전에 정한 같은 규칙을 모두에게 적용하며, 행정 재량을 사법으로 견제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