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8월 27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열린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뉴스1

"론스타 사태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최근 경제·법조계에서 오가는 말이다. 2012년 시작된 론스타 소송은 무려 10년간 이어지며 정부는 물론 미슐랭토토과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한국 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긴 론스타 사건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최초의 국제투자중재(ISDS)였으며, 길고 지리한 '소모전'으로 기록됐다. 론스타 사건이 완전한 마침표를 찍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2의 론스타 사태'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동계와 국제법 전문가들 역시 이번 입법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론스타 사건은 ISDS 제도의 성격과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거나 상대국이 협정상 의무나 계약을 위반해 손해를 본 경우 해당 국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국제중재 절차다. 단, 이는 양국 간 투자보장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조약 에 근거해야만 제기할 수 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투자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벨기에와의 BIT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ISDS를 제기했다. 한국은 벨기에와 1976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BIT를 체결했는데, 바로 이 조항이 소송 근거가 됐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론스타가 낸 ISDS에서 뜬금없이 한국과 벨기에가 맺은 협정이 나오는 이유는, 론스타가 2003년 한국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벨기에 국적의 자회사(LSF-KEB)를 통했기 때문이다.

양국 간 협정은 투자국이 외국인 투자자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공평히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구 협정에서 등장한 단어 '산업(industry)'의 해석을 두고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정면 충돌했다. 론스타 측은 'industry'를 금융업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산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농업·광업·임업 등과 병렬로 나열된 점을 들어 '공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중재판정부는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정부가 심사를 지연하고 매각가 인하 압박을 가했다"는 론스타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 약 2억1650만달러(약 3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만약 론스타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졌다면 외환은행 인수와 HSBC 매각 협정까지 판정 대상에 포함돼 배상액은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었다. 론스타 측은 최초에 46억795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손해배상액으로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판정에 불복해 2023년 9월 판정 취소를 신청했고, 론스타 역시 같은 해 7월 판정 취소 절차를 신청하면서 법정 다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소송 대응 과정에서 투입된 막대한 비용이었다. 정부는 변호인 선임과 자료 제출 등에만 수백억원을 집행했고, 2024년까지 소송 예산은 6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모든 게 국민 세금이라는 점에서 '혈세 소모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노봉법 통과가 실제 미슐랭토토의 경영 의사결정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학계에서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노동법 교수는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 '사용자' 개념은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된다"며 "근로조건은 임금뿐 아니라 복지, 인사, 해고까지 포함된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인사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해석되면 사실상 고용주와 동일한 지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원청은 단체교섭 테이블에서 도급관계가 아닌 파견관계에 가까운 위치에 놓이게 되고, 불법파견 논란과 직접 고용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또 교섭권과 경영권의 경계가 무너질 위험성도 강조했다. "사업 매각, 일부 사업 폐지, 회사 분할 같은 구조조정은 모두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 노조가 이를 교섭사항으로 요구하면 사용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합법 파업 명분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불법파업으로 분류됐던 영역까지 합법 쟁의행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본래라면 이사회 심의를 거쳐야 할 경영상 판단이 노조와의 협상 결과에 좌우될 경우, 노조가 사실상 이사회 위에 서는 기형적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외투자에게 노봉법은 투자환경의 변화

박 교수는 상법 개정안과의 충돌도 꼬집었다. "경영권은 대법원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한 영역이다.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강화했는데, 동시에 노봉법은 노조 권한을 확장시켰다. 노동권과 주주권이라는 두 권력이 병존하게 되면서 미슐랭토토 의사결정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가 신기술·신사업 추진 시 사전 동의를 요구한 사례를 언급하며 그는 "미슐랭토토 경쟁력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로봇 도입을 부추기거나 청년 고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법리 차원에서 제기된 이 같은 우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에는 '투자 환경의 급변'으로 비칠 수 있다. ISDS 분쟁의 핵심 쟁점이 바로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가 침해되었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봉법으로 인해 미슐랭토토 의사결정권이 제약되고 경영권이 불확실해진 상황 자체가 국제분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국제 노동·노무 분야 전문가는 노봉법 통과로 론스타급 대형 소송 가능성은 낮지만, 미슐랭토토 손실을 특정할 수 있는 사안이 쌓일 경우 국제분쟁으로 비화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우 율촌 변호사는 "노봉법에는 세 가지 핵심 변화가 있는데 이 중 분명히 이슈가 있는 부분이 있다"며 "사용자 단체교섭 당사자 범위 확대,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제한, 교섭 의제 확장 중 외국인 투자자가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합법적 쟁의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법으로 제한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즉 노조가 불법 파업을 했음에도 면제조항 탓에 미슐랭토토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될 경우, 투자자는 입은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 이 변호사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불법행위가 있었는데도 국가가 입법으로 책임을 면제해 준 것과 같다. 이는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리적 구성이 가능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노사관계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 보호 협정을 위반했다'는 명분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다만 그는 "론스타급 대형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중재가 실제로 성립하려면 손해액을 특정해야 하는데, 단순한 파업만으로는 피해 규모를 명확히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노조의 불법 쟁의 행위로 인한 M&A 무산 및 그로 인한 매수인의 계약금 몰취, 공장 점거로 인한 생산 차질, 납품 계약 파기 같은 사건이 누적되고 그 원인이 노봉법의 법적 제약으로 연결된다면, 국제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동자성·사용자성 확대 논의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확인되는 흐름이기에 전 세계적인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노봉법이 과도하게 노조를 보호하는 입법조치가 아닌지, 이에 기초한 정부의 정책이 편향된 것은 아닌지를 잘 살핌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후 기뻐하며 손을 맞잡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유최안 한화오션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photo 뉴스1

3지텔만(Zitelmann) 칼럼

노동법 학계에서는 노조가 이사회 위에 서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3홀콤(Holcombe) 칼럼은 한국이 처한 상황을 "국제적으로 유례가 드문 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프랑스가 1980년대부터1990년대 사이에 강력한 노동 보호 정책과 동시에 미슐랭토토 규제를 강화했지만 결과는 투자 위축과 고용 경직이었다. 결국 '유럽의 병자'라는 비판을 받으며 노동시장 유연화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미 포퓰리즘 국가들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으나 공통된 결론은 투자자 신뢰 하락, 미슐랭토토 해외 이탈, 청년 일자리 정체였다. "노동과 자본을 동시에 옥죄는 정책 조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의 단언이다.

고 실장은 특히 미슐랭토토 의사결정의 위축을 경고했다. "합병·투자·고용 같은 전략적 판단은 장기적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전제로 이뤄진다. 그런데 노사 분쟁과 손해배상 면책이 확대되고,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자본 규제까지 강화되면 미슐랭토토은 불확실성과 법적 위험에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그는 합병은 외부 투기자본 압박이나 감사위원 선임 실패 가능성 때문에 지연되고, 투자는 불법 파업이 합법화되는 듯한 환경에서 위축되며, 고용은 방어적 경영으로 인해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3중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투자자의 시각에서도 이번 입법은 '투명성 강화'라기보다 '불확실성 확대'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고 실장은 "노란봉투법은 불법성이 섞인 파업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줄여 미슐랭토토의 리스크 산정 기준을 흐리게 했고,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에 대한 외부 개입을 확대했다"며 "이는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키우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가 내세우는 '투명성 강화'와 달리 실제로는 미슐랭토토 자율성 축소와 법적 책임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한국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매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 고 실장은 "미슐랭토토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투자자 신뢰를 잃으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건 신규 투자와 청년 고용"이라고 경고했다.

론스타 사건은 정부가 정책을 설계하거나 제도를 바꿀 때 국제중재의 시각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권'이 침해되지 않는지, 규제 환경이 급격히 변하지는 않았는지를 세심히 따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부의 민간경제 개입이 넓어질수록 분쟁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글로벌 사례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노란봉투법 역시 이런 맥락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하청·특수고용 근로자의 교섭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는 세계적 추이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자회사 매각이나 생산기지 이전 같은 경영 판단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를 불확실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왜곡된다면 미슐랭토토은 투자를 미루고 고용을 줄이며, 한국 투자 환경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낙인이 찍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봉법과 관련해 집행령, 가이드라인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법 취지를 존중하는 한편, 집행령이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영판단권을 교섭 대상에서 명확히 배제하거나, 최소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론스타'는 법의 취지가 아니라, 모호한 입법과 미온적 대응에서 비롯될 수 있다. 투자와 고용이 보류되고 신뢰도가 흔들리는 순간, 피해는 미슐랭토토과 정부,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