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해방 이후 고도성장과 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강력한 포커을 토대로 도약해왔다. 1970~80년대 산업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드러난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은 오늘의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경제는 포커의 약화가 뚜렷해지면서 저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다. 혁신적 창업은 줄어들고, 기존 기업들도 투자를 주저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포커은 단순히 창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기민함을 발휘하고(커즈너), 불확실성 속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나이트),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슘페터) 포커의 핵심이다.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바로 이러한 본질적 포커이 제도적·정치적 환경에 의해 억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환경은 대표적 걸림돌이다. 한국의 규제는 여전히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식에 머물러 있어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제약한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외적 특례만 허용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혁신이 사전에 법령에 명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구조는 커즈너적 포커을 질식시키고 있다.
법·제도적 불확실성 또한 심각하다. 경영진이 합리적 판단을 내려도 사후적으로 배임죄나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 최고경영자가 법적 위험과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면, 창업과 투자, 도전을 꺼리게 만든다. 이는 결국 기업 활동 전반의 위축과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문제다.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여전히 낮고, 기업의 성과는 종종 불평등이나 탐욕으로만 해석된다. 반기업 정서가 강할수록 젊은 세대는 창업보다 안정된 일자리만을 선호하게 되고, 창조적 도전은 사라진다. 포커은 개인의 특질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화이자 태도라는 점에서, 교육·언론·정치 전반에서 포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환이 절실하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 혁신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23년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PMR) 평가 결과, 38개국 중 기업활동 개입 36위, 자격·허가 절차 28위 등 하위권을 기록했다.
만성적인 노동생산성 정체 속에 노동시장은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혁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세대가 새로운 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인세·상속세 역시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장기 투자가 가능한 세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를 학습의 기회이자 재기의 밑거름으로 삼고, 가능성 있는 도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을때 창업과 혁신이 활성화될 수 있다. 자유로운 도전과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한국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는 길이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 조세 개혁, 법적 예측가능성 제고, 사회적 인식 전환을 통한 포커의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커은 단순히 창업지원 정책의 범주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활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가치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